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중학교 때 였던가 고등학교 때 였던가 한겨레신문에서 ‘삼미 슈퍼 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특이한 제목의 소설을 소개하는 기사를 보았다. 그리고 박민규의 사진을 보았는데 내가 상상하던 남자 소설가의 모습은 아니었다. 내가 상상하던 모습은 점잖고 부드럽게 생긴 인상으로 글을 쓰는 모습이었는데 박민규의 모습은 그와 정반대로 누가 봐도 딱 튀는 모습에 지하 세계에서 음악 하는 사람의 분위기였다.
그 때는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내가 대학생이 된 지금은 2000년대 소설계의 떠오르는 별이 되었다. 하지만 예전에 신문의 사진에서 본 얼굴 때문에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박민규의 작품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번에 발표를 하게 되면서 박민규의 작품을 처음 읽었는데 역시 그 신문의 사진에서 봤던 모습처럼 소설 역시 평범하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처음 접한 박민규 작품에 대해서 분석해보자.
여기서 승일은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으로 나온다.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하여 그는 방학이 되면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러나 스무 살도 채 되지 않은 소년에게 세상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고된 아르바이트 끝에 건지는 돈은 겨우 몇 푼. 그나마 돈을 조금 더 벌 수 이고 지하철을 공짜로 타고 다닐 수 있다는 말에 지하철 푸시맨을 시작하게 된다. 지하철 푸시맨 역시 만만치 않았다. 곧 나아지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몸이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젊은 나이에 꿈을 펼치기보다는 육체노동으로 겨우 입에 풀칠을 하고 살며 육체노동에 익숙해지며 미래를 보지 못하는 어려운 청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승일은 외계를 지향하게 된다. 지구 밖은 어떨까 금성과 화성은 어떠한 모습일까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우주를 동경하는 승일의 모습이 어려운 현실에서 도피하고픈 마음이라고 볼 수 있다. 화성인들은 더운 여름에 좋겠다고 하는 것에서 엿볼 수 있다. 덥지도 않고 멀고 먼 화성이라는 것은 승일이 지향하는 힘들지 않은 그러나 멀고 먼 세계라고 볼 수 있다.
승일이 다니는 상고(商高). 승일이 여름을 지나고 다시 돌아온 학교는 술렁대고 있었다. 취업 때문이었다. 정보산업고로 개명했지만 소용이 없는 상황. 승일은 말한다. 정원이 180여명인데 400명이 타려고 한다고. 여기서 어려운 취업난을 볼 수가 있다. 비단 실업계 고교를 졸업한 학생뿐만이 아니라 대학을 졸업해도 대학원을 졸업해도 정원은 한정되어있고 들어가는 문은 너무나 좁고 들어가려는 사람은 많은 오늘날의 취업현실을 볼 수 있다. 이름을 정보산업고로 바꾸고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해 대입에 바짝 열을 올리고 대학에서 치열한 학점 경쟁과 이른바 스펙을 높게 쌓으려는 정글과 같은 오늘날의 취업 현실을 볼 수가 있었다. 승일은 말한다. 답답하다고.
승일과 함께 일을 하던 코치 형은 떳다방의 직원이 된다. 떳다방은 불법이다. 코치 형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일을 하여 고된 육체노동인 푸시맨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온다. 고된 육체노동보다는 법으로 금지되어있는 떳다방과 같은 일이 더 떳떳하게 살 수 있는 현실이 오늘날의 청춘들이 육체노동과 현실이 너무 힘에 겨워 각종 범죄 혹은 이런 불법을 자행하여 돈을 벌며 법의 망에 걸리기 전까지 육체노동과 현실에 찌들었던 때보다 더욱 떳떳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청춘들이 자라 장년이 되어 그 때 배운 불법들로 불법을 하는 청춘을 양산해내면서 계속 불법이 떳떳하게 되는 세상을 만들어내게 된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그냥 입에 겨우 풀칠을 하며 살아가는 현실에 익숙해지는 도피처로 우주를 상상하는 승일의 모습과 취업난으로 술렁이는 상고의 모습과 떳다방의 직원이 된 코치형의 모습을 보면서 오늘날의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희망적인 미래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현실 속에서 미래가 무엇인지 제대로 생각지도 못한 채 살아가는 어두운 젊음들을 보게 된다.
안전선 밖으로 한발 물러나야하는 것이 정해져 있고 그것이 안전한 지하철. 하지만 실제로 한발 물러서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지하철 밖으로 한걸음 물러나면 밀리게 된다. 신체의 안전선과 삶의 안전선 지하철. 한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서라도 삶의 안전선에 안착해야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사람을 화물이라고 생각하라는 코치 형의 말. 전철을 타는 사람들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을 ‘안간(人間)’이 아닌 화물로 보는 것. 인간 존중이 아닌 인간이 경시되어가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를 볼 수 있다. 승일은 말한다. 아침에 전 인류의 참상을 목격하게 된다고. 대형 화재, 대형 사고만이 인류의 참상이 아니라 인류의 참상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취객이 구토를 한다. 밤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술을 그만큼 마셨다는 것은 즐거움을 위한 술이 아닌 괴로움을 이기려는 술이라고 볼 수 있다. 회식자리에서 강요를 당했든 혼자서 술을 죽도록 마셨든. 취객의 구토. 그것은 한껏 마신 괴로움을 뱉어내려는 몸부림이 아닐까.
부모님 없이 혼자 경시대회에 가다가 내리는 곳을 놓쳐서 울고 있는 아이. 아이는 자신이 길을 잃어버렸다는 사실보다는 자신이 수학경시대회에 가지 못하게 되서 엄마한테 혼날 거 같다는 생각으로 우는 아이. 자식이 가야하는 길을 진정으로 지켜주려 하지 않고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오늘날 일부 성적 위주의 부모님들을 볼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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