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감상 - 기적
나는 이번 학기 한국 현대문화비평을 수강하면서 노희경 작가의 기적이라는 드라마를 알게 되었다. 이 드라마의 비평을 하게 되었을 때 내가 하게 된 고민 중 하나는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 드라마는 4부작으로 크게는 한 가족의 이야기이며 작게는 중년 남성에게 일어나는 사건-시한부 인생선고라는-을 중심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건의 시작이라는 표현보다 작은 사건들이 퇴적되어 단단하게 뭉쳐진 덩어리를 암선고가 방아쇠가 되어 풀어가는 사건 해결이 시작되는 이야기라 해야 할 것이다)
이야기는 각 가족의 이야기들이 얽혀 있지만 그 뼈대는 가장, 중년 남성의 암선고로 시작되는 드라마이므로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 나가고자 한다. 이 다음으로 고민하게 된 문제가 이 남성의 어떤 부분을 비평의 소재로 삼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나 학우들이 했던 소재 이외의 것은 어떤 것이 있는가? 남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것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평소 나의 생각인데 김정한의 아버지란 소설도 이미 이야기가 거론 되었고 가족들이 각자 닮은 꼴이라는 것도 이미 나온 소재이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이 중년 남성을 살펴보면 드라마 1부에서 높은 지위의 친구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이나 그의 직장에서의 모습을 보면 안목도 있고 능력도 인정받는 인물이다. 그러나 집에서는 그를 끌어안고 사는 아내를 제외하고는 다른 가족구성원들(그의 어머니, 그의 아들 딸들)과는 관계가 소원하다.
그는 어릴 적에 홀어머니가 재가하자 이후 혼자서 자수성가한 인물로 가족들에게서는 자기밖에 모른다, 자기독단적이다, 고집이 세다는 평을 받고 드라마 상에서 오래 나오지는 않지만 1부에서 그가 암선고를 받기 전 모습을 살펴보면 그는 사회에서는 능력있고 성공한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가족들의 평과 사회에서의 평, 이 두 가지 평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고 보고 나는 이 간극을 내 시각으로 이야기를 메워 보려고 한다.
애정결핍
드라마 1부에서 주변인물이 들려주는 정보로 그는 12세 때 홀어머니가 재가하자 이후 혼자서 자수성가했다고 나온다. 인격을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청소년기에 그는 가족이 줄 수 있는 애정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자라났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애정을 받는게 익숙치 않고 애정을 주는 게 어색하게 성장하였을 거란 추측을 해보자면 지금 중년의 그의 모습을 이해하기기 쉽다. 젊을 적 사랑했던 첫사랑이 암을 이겨냈다는 말을 듣고 그녀에게 찾아갔을 때 그녀가 당시 그와 헤어졌던 이유를 말해 주었을 때 그 무렵의 그는 애정을 주는 것이 어색했다는 것과 아직 누군가에게 애정을 쏟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첫사랑에게 애정을 받기를 원했지 자신이 애정을 주어야할 어떤 대상을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 근거는 첫사랑의 임신과 관련된 에피소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직 누군가를 책임질 준비가 되지 않았던, 기대어 설 뿌리가 얕은 그에게 갑작스런 그녀의 임신은 불안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에게는 다행한 소식이었고 첫사랑으로서는 그의 사랑을 확인하게 만든 그 거짓말에 대한 그의 반응을 보면 이 점이 분명하게 다가온다.
이후 그는 지금의 아내를 부인으로 맞이하여 결혼한다. 남과 여가 배우자를 구할 때에는 서로 자신에게 없는, 부족한 부분을 상대에게 기대한다는 말이 있다.
그의 부인을 보자면 그녀는 모성애가 몹시 강한 인물로 나온다. 힘들어하는 자신의 친구에게,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힘들어하는 아들 딸들에게, 그가 외면한 시어머니에게 대하는 그녀의 태도를 보면 그가 그녀를 부인으로 맞이한 이유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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