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감상 - 기적
1. 서론
노희경 작가는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몇 안 되는 작가들 중 한명이다. 이런 작가의 작품을 지금껏 한편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 부끄럽지만 그래도 이번 시간을 통해 노희경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 그녀의 작품을 보진 못했지만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꽃보다 아름다워’, ‘굿바이 솔로’ 등은 들어 보거나 TV를 돌리다가 간혹 본 드라마들이었다. 앞의 드라마들과 ‘기적’을 통해 볼 때 노희경 작가의 작품들은 대개가 가족을 소재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가족 이야기들이 여느 작품들과 다른 점은 대개의 드라마가 주인공 몇 명을 정해서 그들에게 한정된 이야기를 가지고 드라마를 끌고 가는 반면 노희경 작품에는 드라마에 나오는 개개인이 모두가 사연을 가진 중심인물로 그려져 보는 입장에서 재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비평을 쓰게 된 ‘기적’이란 드라마는 4부작이라는 한계로 인해서 장영철이라는 한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그 사이사이 영철의 자식들의 이야기 특히 둘째 딸의 이야기를 보여주므로 노희경 작가의 특징을 조금은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노희경을 논하기엔 16부작 ‘굿바이 솔로’가 더욱 적합할 수 있겠으나 시간 여건상 4부작 ‘기적’을 대상으로 하여 그녀의 작품세계를 알아보고자 한다. 그럼 지금부터 ‘기적’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2. 본론
드라마 기적은 2006년 MBC 창사특집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다. 참고로 필자는 ‘기적’의 예고편을 보았으나 방송 당시에는 보지 못하고 이번 비평의 시간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노희경은 4부작의 한계 때문인지 전작들과 달리 장영철이라는 한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드라마의 줄거리를 간략히 소개한다면 장영철이라는 중년 남성이 성공의 길을 걷다 뜻밖의 병에 걸려 자신을 되돌아보며 그 가운데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긴다는 것이 주 된 내용이다. 본 비평은 내용에 중심을 두기보다는 필자가 드라마를 보며 생각한 세 가지에 중점을 두고 쓰고자 한다. 우선 드라마에 ‘손목시계’의 소품이 등장하는데, 단순하게 볼 수도 있는 이 손목시계가 한 번도 아닌 두 번 등장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손목시계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고, 둘째는 드라마의 제목이 기적인데 그럼 드라마에서 말하는 기적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며, 마지막으로 드라마의 주인공인 장영철과 그의 아내(이미소)를 통해 이 드라마에서 말하고 있는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2-1. 손목시계의 의미
4부작인 드라마가 종결될 때까지 손목시계는 2번 등장한다. 처음엔 손목시계를 그냥 첫사랑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생각했는데 뒤에 한 번 더 나옴으로써 이 시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우선 손목시계는 노희경 작가의 의도가 다분히 담겨져 있는 소품이라고 생각한다. 숙희가 손목시계를 호텔방에 풀어놓고 가는 설정을 해둠으로서, 영철의 아내인 미소가 그 손목시계를 발견하고선 남편이 첫사랑과 만났다는 것을 확신하게 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 드라마가 기존의 드라마와 다른 점은 호텔방에서 그 시계를 발견한 미소가 누구의 손목시계냐며 남편에게 따지기 보다는 모른 척 넘어가 준다는 점이다. 물론 그 장면을 보고 영철이 죽을병에 걸렸기 때문에 아픈 사람을 위한 배려로서 묵인하고 넘어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장면 외에도 냉장고 안에 데쳐져 있는 나물을 보고서도 아무 말 없이 그냥 양념해서 무쳐먹는 모습이라든지 첫사랑의 장례식장에게 가는 남편에게 손수 옷을 챙겨주는 모습, 그리고 함께 동행 하는 모습을 볼 때 아픈 사람을 위한 배려이기 보다는 미소가 영철의 그러한 행동을 이해해 준다고 보는 게 타당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렇게 호텔방에서 손목시계를 발견하고서도 모른 척 넘어가준 미소는 영철과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해 같이 속초에서 머물게 보내게 되는데 여기서 영철은 첫사랑과 만난 후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 이런 미소의 마음을 몰라준다. 이에 미소는 영철이 아무 말도 없이 생각에만 잠겨있는 모습을 보고 바다에 나가 숙희의 손목시계를 넌지시 건네준다. 손목시계를 받은 영철은 처음엔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미소가 자신이 첫사랑과 만났다는 것을 알면서도 넘어가주는 모습을 보고 첫사랑과 만났던 일을 아내에게 속 시원히 털어놓는다.
즉 호텔방에서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손목시계가 발견되었다면 기존의 드라마에서라면 부부싸움의 시작이 되는 오해의 도구로 사용되는 게 대개 일반적이지만 여기 ‘기적’에서는 오히려 서로를 믿고 감싸주게 되는 전혀 다른 의미의 소품으로 사용된 것이다.
그리고 손목시계는 숙희의 장례식장에 한 번 더 나오게 된다. 영철이 숙희의 딸에게 손목시계를 되돌려 주는 장면에서인데 처음에는 굳이 왜 돌려주는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앞에서 나온 손목시계가 다시 한 번 등장한 걸 보았을 때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이 갔다.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영철이 아내와 함께 장례식장에 찾아간 걸 볼 때, 결코 마음속으로는 영원히 잊기 힘들겠지만 그녀의 유품을 돌려줌으로써 첫사랑을 잊고자 하는 영철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첫사랑과 만난 사실을 화내며 따지기 보다는 자신을 이해하고 넘어가 준 아내에게 남은 생애 동안 사랑하겠다는 마음을 반영한 장면이지 않나 생각한다.
2-2. 이 드라마의 가족에게 ‘기적’의 의미란?
드라마를 보면서 왜 작가는 제목을 ‘기적’이라고 하였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굳이 기적이라고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제목이 ‘기적’이라면 도대체 드라마에서 기적이 나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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